🍄 오늘의 탐험지: 공간 디자인의 세계

2025. 4. 14.

🍄오늘의 탐험지: 공간 디자인의 세계

(w/ 박재성님 인터뷰)

"건축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시간예술이다. 건물 내에서 사람들이 움직이는 방식을 떠올리면 된다. 나는 작업할 때 여러 지점들을 고려한다. (...) 우리에게는 편안하게 거닐 수 있는 환경, 지시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유혹하는 분위기,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 페터 춤토르,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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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라이프집’과 ‘브런치’ 팝업에 방문해서 한참 시간을 보냈습니다.

팝업 스토어는 늘 정신 없고 붐비는 공간이었는데, 두 브랜드의 팝업 모두 왠지 모르게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공간이었어요. ‘이 공간을 만든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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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딧을 찾아 보니 콜론컬럼이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였습니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콜론컬럼의 대표, 박재성님은 일찍이 독립한 디자이너로서 독자적인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었는데요. 다채로운 재성님의 경험들 속에 프리랜서 독립의 용기, 쏟아지는 프로젝트를 버티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의 어려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이룬 현재의 충만함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운 좋게도 재성님의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는 가죽공방 ‘엠크라프트’에서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후암동 골목 사이, 가죽으로 만든 작업물이 가득 걸린 멋진 공간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그런 환경 속에서 자란다면 분명히 디자이너가 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재성님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INTERVIEW

공간 디자이너 박재성

안녕하세요, 재성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콜론컬럼을 운영하고 있는 공간 디자이너 박재성입니다.

공간 디자이너로 굉장히 일찍 독립해서 스튜디오를 꾸리신 걸로 알고 있어요. 디자이너로서의 히스토리가 궁금한데요. 처음 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이공계 학생이었고, 원래는 공학에 관심이 있었어요. 그러다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했고, 건축학과로 전공을 선택했어요. 대학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저 스스로를 디자이너라기보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했죠.

건축으로 처음 시작하셨군요. 그럼 공간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은 언제부터 갖게 되었나요?
제 성격상 프로젝트에 착수하면 빠르게 결과를 보는 것이 좋아요. 건축은 호흡이 굉장히 길잖아요. 저는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사람이라서, 건축보다는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가 더 맞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공간이 주는 시각적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죠. 학교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할 때도 개념을 시각화하는 과정을 좋아했어요.

졸업 후에 공간 브랜딩으로 잘 알려진 스튜디오인 ‘더퍼스트펭귄’에 입사하게 되었어요.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은 그 회사에서 처음 형성되었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회사 바깥에서도 저만의 디자인 방법론을 계속 찾아 나갔던 것 같아요. 그때 제가 어떤 디자인 방식을 좋아하는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고요. 예를 들어 노플라스틱선데이라는 브랜드에서 진행한 재활용 플라스틱 판재 워크샵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 재료를 손으로 경험하며 디자인을 발전시켜 나가는 법을 배웠죠.

'더퍼스트펭귄'에서 재성님이 담당했던 작업 현장과 포트폴리오

직접 디자인·제작을 진행한 재활용 플라스틱 가구

독립을 하게 된 계기나 과정도 궁금해요.

운 좋게도 정말 자연스럽게 독립을 하게 됐어요. 제 쌍둥이 형이 먼저 그래픽 디자인 분야로 독립해서 자리를 잡은 상태였는데요. 점점 재형님(쌍둥이 형)에게 공간 프로젝트에 대한 의뢰가 같이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저도 프리랜서 일을 고민하다가, 친한 친구의 소개로 첫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무음’이라는 패션잡화 브랜드의 팝업이었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그 프로젝트를 병행했어요. 낮에는 회사 현장에 있고, 저녁에는 프리랜서로 디자인을 하고.(웃음) 이어서 재형님이 브랜딩을 맡았던 논알콜 편집샵인 ‘마켓노드’의 팝업 공간 디자인을 했어요.

두 프로젝트 모두 각각 한달 남짓한 기간 안에 디자인 착수부터 완공까지, 모든 과정이 끝났어요. 프로젝트의 결과를 빠르게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저 혼자서 프로젝트를 해낸다는 뿌듯함도 있었고요. 회사를 다니는 동안 프리랜서로 의뢰가 조금씩 들어오면서 회사는 결국 1년 10개월을 다니고 퇴사했어요.

정말 빠르게 독립을 하신 셈이에요.

제가 생각해도 정말 빨랐어요. 입사할 때는 예상하지 못했고요. 제 쌍둥이 형이 독립을 위한 길잡이 역할을 많이 해줬던 것 같아요. 저에게 맞는 프로젝트, 클라이언트가 분명히 있다고 말해주었죠. 초반에 제가 만난 팀에는 예산이 많지 않고 규모도 작지만 직접 부딪혀 볼 수 있는 일들이 많았어요. 독립한 첫 해에 프로젝트 5개를 했는데, 모두 저와 비슷한 결의 클라이언트를 만났어요. 새로 브랜드를 시작하는 사람들. 그런 점에서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독립을 하고 난 뒤에 생기는 장점은 어떤 건가요?

제 디자인을 한다는 점도 좋고요. 그게 제 취향대로 디자인을 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현 시점에서 저의 디자이너로서의 고집은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걸 충족시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요소가 다 들어간 뒤에 제가 바라는 요소를 추가하게 되는 거죠. 사람들이 잘 사용할 것 같다든지, 제품이 더 돋보일 것 같다든지. 그런 생각이 들 때 제 개인 돈을 써서라도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웃음) 독립한 뒤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회사에 있을 때는 회사 돈을 더 써서 무언가 추가 작업을 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는 없으니까요.

나상현씨밴드 10주년 팝업 <CLOVER CLINIC>_ ⓒ콜론컬럼

추가 예산과 작업에 투자할 수 있는 결정권이 생긴 거군요. 시작하는 브랜드와 연결되었다는 점도 재미있어요. 그 이후로도 브랜드 팝업 공간을 많이 작업하셨고요.

아무래도 기존에 진행한 작업 포트폴리오를 보고 의뢰가 들어와요. 하지만 프로젝트는 팝업에 한정 짓지 않고 다방면으로 하고 싶어요. 건축에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고, 조경, 연출, 전부 관심이 있어요. 연극 무대 디자인이나 뮤직비디오 연출도 해보고 싶어서 관련된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도 하거든요. 돈은 안 받아도 괜찮으니까 기회를 달라고.(웃음) 앞으로도 공간과 관련된 일을 계속 해나가다가 5년, 10년 경험이 쌓였을 때 공간을 보는 시야가 아주 넓은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는 넓고 얕게 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더 좋아요. 예를 들어 친구들이 공간에 대해 상담하면 그게 어떤 부분이든 전문가로서 조언하고 해결해주고 싶어요. 만약 제가 10년 동안 건축을 한 사람인데 팝업 스토어에 대해 물어보면 ‘제 분야가 아니라서 잘 몰라요’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은 거예요. 적어도 고민을 듣고 다른 스튜디오를 추천해줄 수 있을 만큼 알고 싶은 거죠. 그래도 저와 작업을 진행하고 싶다면, 직접 할 수도 있고요.

디자이너로서도 다양한 걸 시도하는 성향이 느껴져요.

프로젝트마다 새롭게 시도하는 게 하나씩은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저의 모토였거든요. 정말 개인적인 바람 같은 건데. 새로운 재료를 써본다든지, 새로운 상황에 놓인다든지,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한다든지, 처음 해본 규모의 작업이라든지. 하나씩은 새로운 점이 있길 바라요.

콜론컬럼의 공간 디자인 작업 현장

재성님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이름인 ‘콜론컬럼’은 어떤 뜻인가요?

처음 이름을 만들 당시에는 쌍둥이와 함께 일하는 걸 전제했어요. 히스토리를 설명드리자면 ‘콜론’은 세미콜론(;)이라는 기호 이름에서 따왔어요. 텍스트에서 많이 쓰는 부호라 지류와 그래픽 베이스로 일을 하는 형의 작업을 표현하고요. ‘컬럼’은 기둥이라는 의미에서 공간을 구축하는 제 작업을 담고 있어요. 또, 비슷한 단어 두 개가 나란히 있을 때 쌍둥이 같은 이미지가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지금은 각자 사업자를 두고 일을 따로 하고 있어요.(웃음) 프로젝트마다 별개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와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가 함께 협업하는 셈이죠. 그게 더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배려하고 의지하기 시작하면 일이 더 어려워져서요. 같이 일하더라도 각자의 사업자로 일을 하려고 하니까, ‘콜론컬럼’이라는 스튜디오 이름은 결국 제가 쓰게 되었어요.

쌍둥이와 함께 시너지를 얻으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부러워요.

어떻게 일하는지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같이 일하기 정말 편해요. 그리고 재형님은 일 속도가 정말 빠르고, 일을 엄청 잘해요. 제가 많이 배우기도 하죠. 그래도 회사를 합치지는 않을 것 같아요.(웃음)

사실 가족과 함께 일하는 건 쉽지 않잖아요.
예전에 한번 쌍둥이와 같이 브랜드를 만든 적이 있어요. ‘도트윈’이라고 가죽 제품에 점자를 각인하는 브랜드였는데요. 디자인은 쌍둥이가 맡았고, 저는 그 외의 운영, 콘텐츠 기획 등 여러 일을 했어요. 브랜드를 취재하러 오면 제가 인터뷰에 참여하기도 하고요.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을 갖기 이전에는 인디포스트에 에디터로 참여하기도 했고, 글 쓰고 사진 찍는데 관심을 갖기도 했어요. 코딩을 배워서 개발자를 해보려고도 했고, 스타일리스트인 친구의 1일 어시도 해보고…. 정말 다양한 일을 했어요.

몰랐어요! 인터뷰에 익숙해 보이셨는데, 브랜드를 운영해봤기 때문이군요. 예전부터 정말 다양한 일을 시도해 오셨네요.
맞아요. 긴 시간 고민하다 공간 디자인을 하게 되었어요.

라이프집(Life.zip) 팝업_ ⓒ콜론컬럼

지금은 작업 범위가 어떻게 되세요? 혼자 일하면서 어디까지 가능한지….
기획, 설계, 시공까지 다 해요.

가능한가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웃음) 저도 믿기지 않아요. 혼자 하기에는 프로젝트도 많고…. 시공은 종종 같이 하는 팀들이 있지만, 디자인은 전부 혼자 하고, 디렉팅도 하고요.

사이드(SIDE)에서 함께하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제가 처음부터 기획을 같이 하기도 하고, 혹은 다른 파트에서 기획을 해주면 제가 디자인만 하는 경우도 있어요. 제 친구들을 모아서 같이 작업을 할 때도 있는데요. 패브릭이나 조경 작업하는 친구들과 함께 크루처럼 모여서 연출 작업을 하는 거죠.

언급하신 사이드의 작업 방식에 대해서도 궁금해요. 공간 디자이너인 재성님과 그래픽 디자이너인 재형님 외에도 기획자, 마케터, 에디터가 같이 모여서 일하는 콜렉티브라고 들었는데요.

각자 프리랜서로서 프로젝트 단위로 모여서 일하고, 또 흩어지는 구조예요. 회사처럼 소속된 상태는 아니고요. 사이드의 기획자인 '융'이 크루를 모으는 경로는 보통 놀다가 만난 사람들이거든요. 같이 놀고, 술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러다 보니까 성향도 잘 맞아요. 일할 때는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고, 어떻게 보면 아주 이상적인 그룹인 거죠. 저는 일 잘하는 사람을 보는 게 재밌거든요. 그 사람이 일하는 것도 신기하고, 영감이 되잖아요. 의견이 다르더라도 저 사람의 전문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동등한 관계로 토론이 되고요.

비슷한 방식으로 공간 파트를 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요. 좀더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사이드는 정말 오랫동안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왔고, 저도 사이드를 통해서 그렇게 일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브런치 팝업 <작가의 여정>_ ⓒ콜론컬럼

재성님이 디자인하신 ‘브런치’ 팝업에 가봤어요. 연령대가 다양해서 정말 신기했어요. 체류 시간도 길었을 것 같고요. 어떤 의도로 공간이 기획되었는지 궁금했어요.

브런치 팝업은 ‘작가의 여정’이라는 주제로 기획되었는데요. 작가가 되는 여정에 따라 사람들의 움직임을 유도했어요. 처음에 들어오면 정면을 바라보고, 그 다음엔 아래 배치된 책과 전시물을 바라보고, 그 다음엔 앉아서 글을 쓰게 하고. 다른 작가에게서 영감을 받고 그걸 다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경험을 행동을 통해 만들고 싶었어요.

생각해보니 말씀하신 대로 제가 행동하고 있던 것 같아요.(웃음) 보고, 읽고, 쓰고.

의도한 대로 행동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다 보는 재미가 있어요. 진짜로 책을 읽는구나, 앉아서 무언가 쓰는구나. 그게 창 밖에서 보이거든요. 세션별로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상상하면서 디자인했는데 정말로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신기했고요. 나이 드신 분들도 아이들도 와서 모르는 사람들끼리 둘러 앉아 아주 사적인 이야기를 쓴다는 게. 그 광경이 제 눈앞에 펼쳐지는 게 재미있었어요.

유독 디자이너로서 팝업의 성과나 사람들의 반응을 많이 살피는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팝업이 오픈하면 무조건 놀러가요. 직접 체험도 해보고요. 실제로 기능하는 공간에 대해 관심이 있어요. 유명한 건축가가 만든 멋들어진 공간이 사회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살펴보면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그건 기획, 운영, 내부 브랜딩, 마케팅 등 건축가만으로는 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요. 사이드와 같이 하는 프로젝트를 그런 맥락에서 되게 좋아해요. 쌓아온 기획이 잘 기능하고 있는지 보는 게 저에게 있어 중요한 과정이에요.

어떤 식으로든 사람들이 반응하고, 공간이 기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해요. '라이프집' 프로젝트는 참여했던 크리에이터들이 공동체적인 기분을 느끼고, 서로 연대감을 확인하길 바랐는데요. 그때의 연대감과 영감이 팝업에 방문해서 경험한 사람들에게도 남는 것 같아요. 공간이 사라지더라도 방문한 사람들에게 남은 영감은 지속된다고 믿어요.

두 공간 모두 방문객의 입장에서 경험이 정말 좋았거든요. 공간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또 어떤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는지 궁금해요.

사실 제 프로젝트를 다 좋아해요. 어쨌든 고민한 결과물이 공간에서 전부 물성화가 되는 거잖아요. 팝업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더라도, 어쨌든 제 눈앞에 물질로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만 꼽는다면 작년에 했던 닥터지와 인사이드아웃2의 콜라보 팝업이 기억에 남아요.

닥터지 X 인사이드아웃2 팝업_ ⓒ콜론컬럼

닥터지의 팝업 스토어는 어떤 점 때문에 기억에 남으세요?

여러 가지로 좋았던 프로젝트인데요. 이메일로 직접 의뢰를 받은 첫 프로젝트기도 해요. 이전 프로젝트에서 글로벌 마케팅 프리랜서로 일하시던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저와 재형님이 함께 일을 맡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브랜드 내부에 적극적으로 추천을 해주셨거든요. 좋게 봐주고 일을 의뢰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고요.

그런데 이 정도의 큰 규모로 일을 해본 게 처음이다 보니 심리적인 부담에 더해서 물리적으로도 힘들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당시 제가 새로 시도한 부분들이 많다 보니 스트레스 밀도가 높았어요. 완공되고 오픈하는 날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는 걸 보면서 감격해 거의 오열할 정도였어요.(웃음) 방문객 반응도 좋았고, 클라이언트 입장에서 성과도 잘 나와서 정말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예요.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글썽) 정말 힘들었던 프로젝트지만, 커리어적으로는 퀀텀 점프를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고요. 단순히 보여지는 포트폴리오의 문제를 떠나서, 제 마음에 큰 힘이 되었어요. 이 프로젝트를 해냈다는 게 저 스스로에게 아주 강력한 무기가 돼요.

아무래도 혼자 일하면 성장하는 시기를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 어려울 것 같아요.

성장을 만들어낸다기보다 성장을 당한다고 생각하는데요.(웃음) 지금도 비슷하게 성장(당)하는 시기예요. 일이 갑자기 많아지고 있고, 일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고요.

거의 매일이 꿈 같아요. 좋은 의미로요. 독립하면서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혼자 일하는 것에 대해서 저도 겁을 많이 먹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요. 큰 복인 거죠. 정신 없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요. 나중에 돌이켜보면 순식간에 흘러가는 지금 이 시간을 충분히 겪고 넘어가지 않는 게 아쉬울 거라고 생각해요. 충분히 곱씹어보면서 지금을 경험하고 싶어요.

그렇게 만족스러운 방식으로 독립할 수 있다는 점이 용기를 주는데요.
앞으로 더 꿈꾸는 모습이 있으신가요? 이를테면 제가 꿈꾸는 나이는 41살이에요. 그때는 제가 커리어적으로 원하는 무언가를 달성한 안정기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특별히 꿈꾸는 나이가 있지는 않아요. 솔직히 예전에 꿈꾸던 모습을 딱 지금 이룬 상태예요. 스튜디오를 처음 시작할 때 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거든요. 큰 기업 일을 해보고 싶다거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해보고 싶다는 등 제가 멋있다고 생각한 일들을 이미 작년에 다 했어요. 과거에 제가 꿈꾸던 30대 초반의 모습은 자기 일을 해나가는 사람이었는데요. 지금 그 상태인 것 같아요. 그럼에도 바라는 건 지금 제 모습을 제가 아주 좋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삶의 모습이 있는데요. 가족들, 친한 친구들 가까이에 살면서 마을을 이루고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아주 많은 부분이 이미 실현되어 있어요. 부산에 계시던 부모님도 이제 서울로 오셨고요. 친한 친구와도 스무살 때부터 비슷한 동네에서 살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마침 다 효창동으로 모이게 됐거든요. 크루로 함께하는 사이드와도 이상적인 관계고요. 대화를 많이 나누고, 좋은 공동체를 이루면서. 지금 이 모습 그대로 현재를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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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fetti.yard

브랜드의 쿠키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면? '콘페티야드(링크)'는 젠틀몬스터 출신의 윤세화가 만든 디저트 스튜디오입니다. 탬버린즈의 아이덴티티를 담아 마치 화장품 세트처럼 보이는 쿠키를 만들기도 하고, 프리츠한센의 '세븐체어, '에그체어'와 같은 대표 디자인 가구의 형태를 쿠키로 재현하기도 하는데요. 쿠키와 디저트가 브랜드를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콘페티야드는 브랜드 디자인으로서의 쿠키를 만듭니다. 더 나아가 '조각'으로도 확장하며 예술, 디자인, 베이킹의 경계를 무너뜨리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