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탐험지: 만화의 세계

2022. 7. 26.

🚵 오늘의 탐험지: 출판의 세계

⛰️오늘의 탐험지: 만화의 세계

오늘의 탐험지는 "만화의 세계"입니다.

'내 어린시절 우연히~' 첫 가사만 들어도 갑자기 설레고 두근거리는 분들이 있다면 저와 동년배임이 확실합니다. 만화 <원피스>의 OST인 <우리의 꿈> 첫 가사인데요. 코요태 김종민의 '킬링 파트'로 유명하기도 하죠. 제 어린시절 추억에는 투니버스 만화가 큰 지분을 차지하는데요. 유치원과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TV 앞에 앉아 입을 헤 벌리고 만화를 보던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어른이 되고 뒤늦게 읽은 <슬램덩크>도 재미있었어요. 마이너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채치수였답니다. 요즘은 웹툰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모죠 작가님의 <마루는 강쥐>라는 웹툰을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레터 발행일과 같은 화요일마다 업데이트되어요.

만화는 언제부터 제 삶에 이렇게 가까워졌을까요? 어렸을 땐 유해하고, 눈이 나빠지고, 사상이 혼잡해진다고(!) 여겨진 만화는 이제 주류 문화를 지배하고 있어요. 그러니 오늘은 만화의 세계를 샅샅이 파헤쳐보려고요.

🎹 THEME SONG

원피스 OST 코요태 <우리의 꿈> - 달빛천사 OST 이용신 <나의 마음을 담아>

두 권의 책 ㅣ만화학개론 📖

만화라는 장르는 유난히 천대받아온 역사가 길어요.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로 이해받거나, 문화로 인정받기 쉽지 않았습니다. 이어 추천할 매거진 <책>의 만화 편 아티클 일부를 발췌해보자면 "장르에 대한 낯섦과 더불어 만화 자체가 아닌 만화를 보는 대상(세대, 계급, 인종, 종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마치 '만화'를 비난하는 형태로 존재하기도" 했죠.

그러고 보면 하나의 장르가 보편적인 문화예술로 자리 잡기 위해선 (수많은 대중적, 예술적 작품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장르 내부의 질서를 체계화할 수 있는 이론가나 비평가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괴상한 서브 컬쳐로만 취급받던 만화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체계화한 책이 있는데요. 93년에 출간된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이해>입니다.

<만화의 이해> 스콧 맥클라우드

이 책, 마치 대학 교양 강의 제목 같지 않나요? 내용도 그렇습니다. 만화라는 장르의 정의와 특성, 작동원리와 예술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어요. 그 대신, 책의 형식까지도 "만화"입니다. 만화에 대한 만화! 이른바 메타 만화인 셈이죠.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이론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는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이미 만화가나 관련 직종 종사자들에게는 바이블처럼 읽히고 있는 책이에요.

👀 책 속 한 줄

"만화의 핵심은 완결성 연상의 힘을 빌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춤입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 만화가와 독자는 영원한 파트너입니다. 이들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냅니다." - 213쪽

최근 애플, 구글, 픽사, 스냅챗 등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앞다퉈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나요?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만화에서 아바타의 개념을 적극 차용해온다는 내용인데요. 만화에 대한 오래된 개념서가 어떻게 메타버스 시대에 적용되고 있는지 살펴보세요!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 윤아랑

이어서 추천하는 또 다른 책은 윤아랑 작가의 <뭔가 배 속에서 부글거리는 기분>입니다. 새빨간 하드커버가 소장하고픈 마음을 자극하는 민음사의 인문 총서 '탐구' 시리즈 중 한 권이고요. OTT 플랫폼 속 영화, 예능, 웹소설과 웹툰까지, 다양한 동시대 문화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습니다. 웹툰까지 비평의 대상이 되다니 놀랍죠!

북디자인은 인문잡지 <한편>을 만든 유진아 디자이너가 맡았습니다. 컬러가 워낙 강렬해 '빨간 책'이라 별명 붙여도 좋겠어요. 한편으로 한글 서체에 많은 신경을 쏟았는데요. 표지에 활용한 서체는 산돌 60과 박진현 타이포디자이너의 '지백(링크)'입니다. 옛 서체를 재해석한 지백은 라이트/미디엄/볼드가 아니라 종이의 무게처럼 'g 그램'으로 폰트 두께를 구분한 것이 재미있어요.

👀 책 속 한 줄

"작품들이 벌이는 투쟁은 자기에 내재된 취향을 보편에 등재하는 게 아니라, 보편을 불순하게 만들고 그 체계의 재조정을 요구하는 데에 목적을 둬야 한다고-" - 79쪽

민음사는 왜, 어떻게 탐구 시리즈를 기획했을까요? 민음사가 동시대의 인문학에 주목한 이유부터 북디자인에 대한 이야기까지 민음사 <한편>의 뉴스레터에서 살펴보세요!

만화와 신화의 매력적인 관계 😈

만화가 유독 신화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신화에 상상력을 보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만화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신화를 쉽게 설명해주기 위한 학습만화이든, 신화로부터 모티프를 얻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창작만화이든 말이죠.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로어 올림푸스>

추억여행을 조금 더 해보려고요. 저는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닳고 닳도록 읽었습니다. 저처럼 만화로 교양을 쌓은 분들 많이 계신가요? 그리스 신화는 물론이고 미술사적(!) 지식의 웬만한 기초는 여기서 다 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익숙한 그림체에 향수를 느낀 분들이 계신다면 이 웹툰도 추천하고 싶어요. 한번 읽고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리스 신들의 캐릭터가 크게 한 번 바뀔 거예요.

해외 서비스로 진출한 네이버웹툰의 북미 작품, <로어 올림푸스>입니다. 잉크가 번진 듯한 독특한 그림체가 인상적인데요.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이야기에 주목해 현대의 관점으로 재해석했어요. <로어 올림푸스> 속 신들의 캐릭터는 마치 하이틴 드라마 속 캐릭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귀엽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반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 관련 뉴스

<로어 올림푸스>는 최근 만화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아이즈너상'을 수상했다고 해요. 특히 세로로 스크롤하는 웹툰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주호민과 <신과 함께>와 <제주신화>

"재즈란 말이죠" 끝없이 밈을 만들어내는 유튜버 주호민도 좋지만 <신과 함께>의 만화가 주호민은 더 좋아합니다. 새로운 책을 한 권 소개하기 위해 주호민 작가의 오래된 인터뷰를 하나 끌고 왔어요. 무속과 신화에 관심이 많은 주호민 작가에 딱 맞는 화보도 인상적이고요. 초기작부터 최근 작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기획의도나 과정이 잘 담겨 있는 인터뷰예요.

주호민 작가가 여러 번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신과 함께>는 제주신화를 모티프로 한 작품입니다. 제주는 사실 '신들의 섬'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많은 신화가 남아 보존된 곳이기도 하거든요. 혹시 <신과 함께>를 보고 나서 제주신화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다양한 제주의 신화를 집대성한 <제주신화>를 추천합니다. 책이 꽤 위협적으로 두껍지만, 궁금한 이야기만이라도 골라 읽는 걸 추천해요! <신과 함께>를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문화에 대한 시야가 한층 넓어질 거예요.

📺 관련 영상

너의 만화 선생님 ep.0 수업준비(링크)

"한 줄 시놉이 제가 하는 강의에도 핵심인데. 꼭 이 형식이어야 돼요. 누가 무언가를 원하는데 얻기가 어렵다. '원한다'가 간절해질수록 장편으로 가고요. 작아질수록 단편으로 가요."

오늘 막 업데이트된 따끈따끈한 영상을 하나 소개해요. 만화 수업 준비를 위해 주호민 작가가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를 만나 나누는 이야기인데요. 만화에 대한 주옥같은 말들이 나오니 한번 들어보세요!

만화의 세계_인풋 리스트 📋

만화의 세계에서 저에게 지식이나 영감을 가져다주는 인풋 리스트를 모아봤어요.

📖 BOOK 이 광고는 망했어요

마케터를 위한 만화도 있을까요? 이 책을 읽어보세요! <이 광고는 망했어요>는 마케터들의 세계를 블랙코미디처럼 그려낸 만화예요.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웃기고도 슬픈 회사생활이 담겨 있습니다. (😂😂)

📚 MAGAZINE 매거진 책 CHAEG No.36 만화

책에 관한 매거진 책(Chaeg)의 36호는 만화를 주제로 다루었어요. 제가 레터 앞부분에서 인용하기도 했었죠. 발행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만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글을 읽어볼 수 있어 제가 무척 아끼는 매거진이랍니다! (링크)

📱 PLATFORM 만화경

배민의 독특한 행보 중 하나. 웹툰 플랫폼인 '만화경'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만화경에 올라오는 작품들은 모두 소소하고 일상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또 아주 귀엽거나요!) 소소한 일상과 맞닿아 있는 배민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함이지 않았을까요?

📬 NEWSLETTER 띠부씰레터

띠부띠부씰에서 따온 이름의 뉴스레터, '띠부씰레터'는 인스타툰을 운영하며 얻은 콘텐츠 마케팅에 대한 인사이트와 프리랜서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삶을 담고 있어요. 뉴스레터 하단에 이미지로 저장 가능한 띠부씰을 하나씩 제공하는 것이 특징! (링크)

📺 INSTAGRAM 레버

인스타툰을 마케팅에 훌륭하게 활용해낸 기업이 있어요. 마케팅 솔루션 회사인 '레버'는 콘텐츠 마케팅팀의 일상을 담은 인스타툰으로 팔로우 12.8K를 달성해냈어요! 마케터들의 찐공감을 끌어낸 결과입니다. (링크)

🙌 BRAND 뚜레쥬르X유미의세포들

얼마 전 드라마 시즌 2까지 마친 <유미의 세포들>은 웹툰 IP 사업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작품이에요. 맥주, 의류, 금융 브랜드를 거쳐 최근에는 뚜레쥬르와 콜라보를 했어요. 귀여운 세포 캐릭터들을 활용한 텀블러 굿즈를 선보였습니다.

네 번째 스티커까지 모았어요!

다음 호는 또 다른 탐험지(주제)에서 새로운 인풋을 찾아올게요.

+ 아웃풋에 관한 이야기 +

얼마 전 사이드 프로젝트를 주제로 하는 네트워킹 행사에 스피커로 참여했어요. SIDE X SIDE 라는 곳이었고요. 새로운 시작을 응원한다는 점에서 제가 진행해왔던 인터뷰 <시작하는 사람들>과도 꼭 맞는 주제였어요.

SIDE X SIDE의 브랜딩은 탄탄한데요. '단추 스프'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아 캐릭터를 만들었더라고요. 여러분도 이 이야기 알고 계시나요? 저는 '돌망치 스프'나 '돌멩이 스프'로 알고 있었는데 스토리는 비슷해요. 한 사람이 어떤 마을에 와서 단추(혹은 돌망치)로 정말 맛있는 스프를 끓여준다면서 마을 사람들에게 재료를 얻어가는 거예요. "당근만 있으면 더 맛있을텐데" "감자만 있으면 정말 훌륭할텐데" 하면서요. 끝내 정말로 맛있는 스프를 끓여 마을 사람들 모두가 나눠먹을 수 있게 되었죠.

SIDE X SIDE는 사이드 프로젝트의 과정이 이 단추 스프를 끓이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대요. 처음엔 단추밖에 없더라도 무언가 시작해서 사람들을 모으는 행동 그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 거죠.

왓츠뉴를 중심으로 하는 저의 사이드 프로젝트에도 슬슬 재료를 나눠줄 좋은 동료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어요. 그동안은 거의 혼자 진행해왔거든요! 의견을 나누거나, 제가 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동료의 존재는 정말 소중한 것 같아요. 지속가능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저보다 훨씬 좋은 재료를 갖진 동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오늘도 이 레터를 읽으며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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