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침 작년에 이사온 집에 작은 정원이 생겨서 양재 화훼 시장에도 다녀오고, 초보 식물 집사가 되었습니다. 식물은 동물보다도 기르기 어렵다더니, 정말이지 물을 적게 줘도 말라버리고, 많이 줘도 시들어 버려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싱그럽게 자라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져요. 식집사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식물도 예술이 될까요? 저는 오래 전부터 그래왔다고 생각합니다. 모네의 정원과 고흐의 아몬드 나무, 고갱의 히비스커스 나무를 봐도 그렇고요. 자연을 재료 삼아 생명의 숭고함을 극대화하는 대지예술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식물은 예술에 영감을 주기도 하고, 식물을 가꾸는 자세가 그 자체로 예술이 되기도 합니다. 이번 인풋탐험대는 식물로 비롯한 예술의 세계로 떠나보겠습니다.

  국립수목원에서 일하는 이소영 식물세밀화가는 '새로운 식물을 발견해 이름이 붙여질 때' 식물세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미세구조까지 파악해서 그려야 하기 때문에 한 장의 식물세밀화가 나오는 데 수 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리는데요. 이름으로부터 시작해 한 개체를 온전히 인식하는 일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다정한 관찰과 철저한 연구가 그토록 세밀한 식물화들을 탄생시킵니다. (더 궁금하다면, 이소영의 식물라디오를 들어보세요)

  정영선을 두고 한국의 1세대 조경가라고 말하곤 합니다. 197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무수한 서울의 조경을 완성했거든요. 선유도공원, 경춘선 숲길과 예술의전당, 파주출판단지, 아모레퍼시픽 용산 사옥 등이 그의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한국 조경 역사의 시작이 그와 함께 태동했는데요. '땅에 쓰는 시'라는 영화 제목처럼, 인위적인 조경 대신 땅의 본질이 가장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한다는 철학이 정영선 작업의 특징입니다. 완성된 조경도 아름답지만, 식물을 다루는 그의 태도는 더욱 아름다워 보입니다.

건축 인테리어 소재를 다루는 매거진 <감> 20호와 21호에서 각각 실외조경, 실내조경을 다뤘는데요. 가드닝에 관심이 있다면,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식물과 그 습성을 자세히 소개하는 21호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링크)

나무 그림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데이비드 호크니가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 나눈 대화를 담은 책입니다. 특히 호크니가 그림을 통해 코로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지 잘 드러나는데요. 그의 그림 속 '봄'과 '식물'이라는 키워드가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를 느껴보세요.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