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모더니즘 대표주자,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한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입니다. 위 사진은 작년 도쿄여행에서 방문해 찍은 것인데요. 광장에서 상당한 수의 로댕 조각을 볼 수 있고, 15세기 종교화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20세기 화가인 모네, 르누아르, 피카소 등의 작품을 소장 전시하고 있어요. 

  다시 건축으로 돌아와보면 기둥으로 1층을 띄운 필로티 구조, 콘크리트와 철근, 간결한 미학이 르 코르뷔지에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건축물의 형태지만, 벽 대신 기둥이 하중을 견디는 구조, 덕분에 자유로워진 창 모두 르 코르뷔지에를 기점으로 시작된 변화입니다. 전쟁 이후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사람들을 위한 건축물을 지어야 했다는 시대적인 배경이 그의 합리주의, 기능주의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여요. 산업화와 함께 콘크리트, 유리라는 새로운 소재의 활용은 그러한 철학을 건축물로 구현할 수 있는 기틀이 되었고요.

ⓒ unsplash

  미술관 하면 떠오르는 흰 벽. '화이트큐브'라는 말은 밝은 벽체에 작품을 띄엄띄엄 배치한 전시 방식을 말합니다. 출입구 외에는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공간의 맥락을 배제하고, 오로지 개별 작품만 보이도록 한 거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모든 외부 요소를 차단해 독립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상당히 모더니즘적인 생각이 반영된 형태예요.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의 전시방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건축가의 미술관에서는 20세기 모더니즘 회화를 모더니즘의 전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모더니즘의 건축물을 넘어서는 미술관의 형태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왠지 미완성 건물처럼 보이는 파리의 '퐁피두센터'는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리차드 로저스의 손에 탄생했습니다. 기계에서 영감을 받아 '기계주의', '하이테크 건축'으로도 분류되는데요. 

  단순히 기계처럼 '보이기 위해' 이런 건축물이 나온 것만은 아닙니다. 퐁피두센터는 설치미술, 비디오아트 등을 포함하는 20세기 이후 현대미술을 전시하는데요. 규정되지 않은 넓고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설비도 내부의 공간을 차지하는 대신 바깥으로 뺀 것이죠. 외부로 노출된 설비는 차라리 장식으로 재탄생합니다. 이윽고 기계의 형태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새로운 미학이 등장합니다.

  건축물의 변화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전시의 대상이 되는 '미술의 정의'가 달라진 데서 출발합니다. 이후에 지어진 많은 미술관들이 더 넓은 범위의 예술을 수용하고, 관람객과 더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공간의 맥락을 재연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곁다리 지식   퐁피두센터의 서울 분관이 2025년에 들어선다고!

ⓒ MMCA

ⓒ mimesis art museum

  파주에 위치한 미메시스미술관은 출판사 열린책들의 아트북 브랜드 이름, '미메시스'를 따서 지어졌습니다. 미술관 건축은 '시적인 건축'으로 대표되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맡았는데요. 물결치는 커다란 콘크리트 매스가 알바루 시자의 특징. 곡선과 직선의 대조적인 만남 덕분에,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장면이 달라집니다. 외부 파사드를 볼 때도, 내부 공간을 돌아다닐 때도요. 전시공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위치에 창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예요.

ⓒ tina bobbe

  오랜만에 쓰는 레터입니다. 아웃풋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게 '인풋탐험대'를 연재하던 저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였는데요. 더 알찬 인풋을 전달하려다 보니 본문의 내용이 너무나 길어져 앞으로 '아웃풋 이야기'는 따로 분리하려고 합니다! 한 주는 인풋탐험대 본편, 한 주는 아웃풋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어요.

새로 선보이는 '아트편',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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